나눔 0700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아들, 그 사연은?
”보고 싶은 우리 아버지... 제가 늦게까지 철없이 돌아다니다가 이제 (집에)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 (제가) 잘 모실 테니까 푹 쉬고 계세요“
- 아들
작년 봄,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가슴에 피멍이 들어버린 어머니, 명자(72세) 씨. 남편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그저 야속하기만 한데요. 어머니의 깊은 한. 그 안에는 가슴 시린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아들, 연관(52세) 씨. 그는 무려 10년 동안 집을 떠나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개월만인 지난 가을에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살아계셨을 때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10년 동안 가족과 연락도 끊어가며 외지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사연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끝없이 삶을 옭아매 온 가난... 갑자기 벌어진 사고!
”우리가 그전부터 어렵게 살고요. 밥도 못 먹고 살고 그랬어요, 옛날에. 밀가루 버물 버물 해서 끓여 먹고 라며 끓여 먹고, 먹을 게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고생하고 저도 고생 많이 했어요.“
- 어머니
”(제가) 장남인데 장남이 돈을 벌어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은 아주 꿋꿋하죠, 그건. 근데 그게 (마음대로) 안 돼서 탈이죠“
- 아들
사실 연관 씨는 늘 어머니를 뿌듯하게 하고 기쁘게 하는 효자아들이었습니다. 그 옛날,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연관 씨네. 장남인 연관 씨는 부족한 살림에 유일한 위안이 되곤 했는데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돈을 벌기 시작한 연관 씨. 신문배달부터 공사판 일용직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시골에는 일이 없어 외지를 떠돌며 돈을 벌어야 했고 잠깐 시간이 나면 집에 들러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를 보고 가고 했는데요. 10년 전, 갑자기 벌어진 사고. 공장 일을 끝내고 급히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가로수를 들이받고 만 겁니다. 머리를 심하게 다녀 중화자실에 두 달 넘게 입원해 있었던 연관 씨.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후유증으로 심각한 건망증이 생겼고 뇌졸중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게 됐습니다. 그 후로 일을 하면 모자란 취급을 당하거나 돈을 떼이는 일이 빈번했는데요. 차마 장남으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선천적 장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흙집
"(어머니가) 지적장애 2급 정도 되시는데 초등학교 5~6학년 그 수준이에요”
- 군청 통합사례 관리사
“집을 지을 당시에 바닥 공사를 하지 않고 집만 얹어놨기 때문에 (빗)물들이 (집)밑의 흙으로 올라오는 거예요. 이거는 집 전체를 허물고 다시 지어줘야지만 문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인 거예요”
- 군청 희망복지담당자
선천적으로 심한 지적장애가 있어 간신히 일상생활만 가능할 뿐 아들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어머니. 긴 세월 마음만 졸여왔는데요. 뒤늦게라도 돌아와 준 아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뿐인데요. 이제라도 어머니를 잘 모셔야 할 텐데... 예나 지금이나 녹록치 못한 삶.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뇌 손상으로 멀쩡히 생활할 수 없는 아들의 삶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집. 지어진 지 족히 60년은 넘는 흙집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데요. 배수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지난 폭우 때는 빗물이 그대로 집안에 스며들어 난리 통이 따로 없었습니다. 새로 집을 짓는 수밖에 없는데 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하기만 한 상황!
1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어머니와 아들이 안전한 집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한 통화 3,000원의 후원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EBS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나눔 0700>. 2020년 10월 24일(토) 오후 2시 20분에 방송되는 528회 <아들이 돌아왔다> 편에서는 10년 만에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아들 연관 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